난임(難姙)? '이건 또 뭐야?' 하시는 분들은
앞의 글(
http://www.ihopebaby.com/tc/115)을 먼저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불임의 가장 흔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기계적인 문제보다는 기능적인 문제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뭔 소리냐고요... 설명하자면 깁니다.
인내를 가지고 차근차근 읽어보십시오.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도대체 저는 왜 임신이 잘 안되는 거죠!?'
제가 만나는 난임 여성들은 이 질문 때문에 마음 속에 종종 화가 나있습니다.
그 화를 제 앞에서 찌그러진 얼굴로 표현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냥 눈물을 뚝뚝 떨구시는 분들도 있고,
웃지만 속은 시커멓게 탄 분들도 있구요.  

왜냐면 너무나 많은 여성들이 불임에 대한 별 뾰족한 대답을 잘 못 듣기 때문입니다.
난임여성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왜 문제가 없다는데 임신이 안되는 거죠? 도대체 제 문제가 뭐죠?"

이런 경우... 그 여성이 가진 문제 이전에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먼저 있었습니다.^^

의사 자신이 그 문제를 뾰족하게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뾰족하게 설명해주지 못했거나 말입니다.^^
왜냐면 환자들이 기대한 뾰족한 대답은 대개 눈에 보이는 차원, 기계적인 차원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난임의 원인을 크게 대별하자면,
기계적(구조적)인 문제와 기능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기계적인 문제는 설명이 쉽고, 환자들도 쉽게 이해합니다.
예를 들면,
나팔관이 막혔다느니... 자궁이 기형이라느니...

그러나 사실 이러한 기계적(구조적)인 문제로 임신이 잘 안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제가 그동안 임상에서 수많은 난임여성들을 접하면서 경험한 바로는
그들 중 90% 이상은 기능적인 문제가 원인입니다.
즉 눈에 보이는 문제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라는 것이지요.
저는 이것을 기능성난임이라고 부릅니다.

왜 임신이 잘 안되는가를 생각해보려면,
임신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합니다.

씨가 좋아야 하고, 길이 좋아야 하고, 땅이 좋아야 하고, 날씨가 좋아야 합니다.

즉, 1) 건강한 정자와 난자가 필요하고,
2) 매달 배란이 잘 되어야 하고,
3) 나팔관이 막히지 않아야 하고, 잘 통해야 하고,
4) 정자들이 자궁 안으로 잘 들어와야 하고,
5) 정자들이 잘 들어오도록 자궁경부에서 점액분비가 잘 되어야 하고,  
6) 수정란이 제대로 착상할 수 있도록 자궁내막(땅)이 충분히 두터워야 하고,
7) 계속 임신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자궁안이 적당히 따듯해야 합니다.
이건.. 정말 임신의 과정을 간단하게 말씀드린 겁니다.

아무리 자궁, 난소, 나팔관의 모양이 정상적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기능적인 요건들이 절묘하게 딱딱 들어맞지 않으면 임신이 잘 안되는 겁니다.
그게 어디 그렇게 늘 쉬운 일이겠습니까?
그래서 보통의 건강한 커플들도 배란 때에 관계를 잘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이 임신으로 연결될 확률은 1/5 정도 밖에 안됩니다.
즉, 매달 배란 때에 놓치지 않고 관계를 가졌다 하더라도 5달 하면 1번 정도 임신할 확률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때때로 배란 때를 놓치기도 하면 1년은 그냥 지나가기도 하는 겁니다.
저 역시 임신을 시도할 때에, 배란 때를 놓치지 않고 부부관계를 가졌었으나 9개월은 허탕(?)을 쳤었답니다.

그런데... 배란일 잡아서 임신시도 했는데... 임신이 안되었다면서...
힘들어하고, 심하게 걱정하고, 좌절하는 분들 있거든요...
이게 다... 죄송하지만...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랍니다. 원래 그런 거에요. 인간이...
사람 몸이 언제나 100% 빵빵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좀 피곤할 때도 있고, 좀 기운이 쳐질 때도 있고 그런 거죠...
사람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걸 '비정상' 내지는 '병'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환자'로 만드는 거 별로 좋지 않습니다.^^

자, 난임여성들이 갖는 또 다른 오해 중의 하나는,
임신이 잘 안되는 원인을 아주 단편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1)~7)의 과정이 조화롭게 다 들어맞아야 임신이 되는 거거든요?
근데 이 과정이 다 따로따로 노는 게 아니라는 거죠.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오직 배란만 잘 안된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오직 자궁내막만 얇다?  이런 거 아니거든요...

양방에서 쓰는 배란유도제 중에 클로미펜이라는 약이 있습니다.
이거 먹으면 배란이 팍팍 됩니다.^^
그런데 이 약을 쓰면 자궁경부의 점액분비가 안좋아져서 정자진입이 방해를 받고,
자궁내막이 얇아져서 착상이 방해됩니다.

따라서 기능적인 문제를 접근할 때는 보다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기계적인 문제는 작게 파고 들어 고장난 부분만 싹 도려내거나, 뚫어주거나, 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건 양방에서 무척 잘 합니다.
그러나 기능적인 문제는 숲 전체를 봐야 합니다.
왜냐면 인체가 통채로 하나의 생태계(eco-system)이기 때문입니다.
항상 인체를 환경으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일례를 들어, 몸이 차다고 생각해보십시다. (한의학에서 볼 때 신장(腎臟)의 양기(陽氣)가 떨어진 것입니다.)
자연을 빗대어서 생각해볼까요?

날씨가 차면 집 밖으로 사람들이 잘 안나오는 것처럼, 난자들도 외출(배란)을 잘 안합니다.
날씨가 차면 몸이 수축되고 잘 안움직이게 되듯이, 나팔관도 수축하고 활동성이 떨어집니다.
(X-선을 이용한 나팔관 검사는 그게 뚫렸나 안뚫렸나만 보는 거지...
나팔관의 긴장도나 활동성은 전혀 평가할 수 없답니다...
뚫린 나팔관도 때로 긴장성수축을 일으켜서 막히기도 하고,
제대로 안움직이기면 수정란을 제대로 소통시킬 수 없답니다.)
날씨가 차면 땅이 딱딱하게 얼고,  언 땅에 씨가 떨어져도 뿌리를 잘 못 내리듯이, 착상이 불리해집니다.
날씨가 차면 새싹이 돋지도 못하고, 꽃이 피지도 못하듯이... 임신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합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게 되는 걸까요?
그저 억지로 발로 뻥 차듯이 배란만 시키면 될까요?
언 땅에 억지로 씨를 던져 놓을까요?

한의학은 이럴 경우 몸을 따듯하게 하는 보양요법(補陽療法)을 하게 됩니다.
따듯한 약성을 가진 약들을 몸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는 거지요.
그러면서 몸 안에 기와 혈이 잘 소통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선후와 경중을 따져 치료의 절차를 모색해야 합니다.

자, 긴 글 다시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임신이 잘 안되는 대부분의 원인은 기능적인 문제입니다.
생리가 불규칙한 것, 배란이 잘 안되는 것(호르몬의 언발란스라고 표현될 수도 있고),
착상이 잘 안되는 것, 황체기가 짧은 것, 난소의 모습이 다낭성난소 소견으로 변한 것,
나팔관의 소통성이 떨어지는 것, 자궁내막이 얇은 것, 자궁경부의 점액분비가 잘 안되는 것.... 등등등
이런 것들이 다... 기능적인 문제입니다.

이것들이 난임의 원인이 되기는 합니다만,
이 역시 또 어떤 원인의 결과일 뿐입니다.
이런 기능적인 문제를 일으킨, 그에 선행하는 원인이 또 있는 겁니다.
그저 현상만을 단편적으로 해결하거나, 증상만을 없애려고 할 것인가,
아니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교정할 것인가.
한의학은 보다 근본적으로 들어갑니다.

인체를 하나의 생태계로 보고,
인체는 조립된 기계가 아니라,
하나의 근원에서부터 분화되어 나온,
모든 세포, 조직, 기관, 장부가 서로 통일된 연관성을 갖는 유기적인 존재로 봅니다.
물질보다는 기운을 중시하는 의학이 바로 한의학입니다.

한의학은 난임을 해결할 때, 그저 자궁, 난소, 나팔관만 보지 않습니다.
몸 전체를 봅니다.
기혈음양의 편성편쇠를 판단하고,
몸의 한열허실을 판단하고,
오장육부의 강약을 판단합니다.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임신이 이루어집니다.
건강하지 않을 때는 몸이 잠시 임신을 보류합니다.
왜냐면, 몸이 지헤롭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몸을 늘 칭찬해주십시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8/10/22 22:28 2008/10/2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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